지도 빗장이 풀렸다. 국내 기업들은 비상이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정부가 보안 시설 은폐 등을 조건으로 1:5000 축적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기사 내용
이에 따라 네이버, 카카오, 티맵모빌리티 등 국내 IT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구글이 이 데이터를 확보하면 자회사 웨이모를 통한 자율주행 시장 진입, AI 제미나이를 활용한 초개인화 서비스로 국내 플랫폼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기사의 논조는 심각하다. "플랫폼 관문 경쟁", "AI 주권 위기", "역차별 논란" 같은 단어들이 나열된다. 국내 기업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달라"고 호소한다.

그런데 이 뉴스를 접한 사용자들의 반응은 정반대다. 환영한다.
특히 수입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은 두 손 들어 환영할 것이다. 왜 그런지 이야기해보겠다.
수입차 네비게이션의 역사: 고장의 연대기
수입차에는 예전부터 네비게이션이라는 고질병이 있었다. 완성차 상태로 바다를 건너 들어오면 국내에서 네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 한국의 정밀 지도 데이터는 안보상의 이유로 국외 반출이 금지되어 있으니, 글로벌 완성차가 탑재한 구글맵 기반 내비게이션은 한국 땅에 발을 딛는 순간 무용지물이 된다.
그래서 수입차에 특화된 OEM AV 시스템 및 네비게이션 컨버터를 만드는 국내 제작업체라는 특수한 산업이 생겨났다.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짜리 새 차를 고장도 아닌 데 뜯어서, 품질이 좋지 못한 네비게이션을 사제인 듯 순정인 듯 달고 다녀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의 "블랙박스·네비게이션 매장"에서 수입차 대시보드를 분해하고, 캔버스 배선을 잡고, 안드로이드 미러링 시스템을 얹는 것이 하나의 시장이 될 정도다. 아우디의 경우 순정 네비게이션 업데이트 비용만 30만 원이었다.
내 차도 수입차였다. 30만km까지 고장 한 번 안 난 효자같은 차였다. 그런데 이 차량에 달린 국산 네비게이션 컨버터는 20만km 이전에 2번 사망해서 2번을 교체했는데도 3번째도 사망했다. 유럽의 엔지니어링은 30만km를 버텼지만, 그 위에 얹힌 한국산 네비게이션 컨버터는 5만km도 못 버틴 것이다. 이것이 과거 수입차 오너들이 겪어온 현실이다.
그나마 스마트폰과 차량 연결이 블루투스를 통해 원활하게 된 다음부터는 순정 네비는 패스하고 스마트폰을 거치대에 올리는 형태로 수입차 사용자들은 일단 불편함을 해소했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자동차 기획조사에 따르면 국산차 보유자는 68%가 순정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는 데 반해, 수입차 보유자는 38%만이 순정을 사용했다. 나머지 62%는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7천만 원, 1억 원짜리 차를 사놓고 센터콘솔 디스플레이는 장식이고, 대시보드 위에 핸드폰 거치대를 붙이는 것. 그것이 한국에서 수입차를 탄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였다.
비싼 가격을 지불했지만 순정 디스플레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은 계속 불만이었다. HUD(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연동되지 않고, 계기판에 경로 안내가 뜨지 않고, 음성 명령으로 목적지를 설정할 수 없는 것. 이 모든 것이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문제였다.
T맵의 등장: 잠시 빛났던 해결책
2021년, 볼보가 처음으로 SK 티맵모빌리티와 협업해 T맵을 순정 네비게이션으로 장착하고 출고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300억 원을 투자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 위에 T맵 오토(내비게이션), 누구(NUGU) 음성인식, FLO 음악 스트리밍을 통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만들었다. XC60에 첫 탑재된 이후 전 라인업으로 확대됐고, 5년 무상 LTE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볼보의 2023년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18% 증가한 1만 7천여 대를 기록했다. 아우디와 불과 848대 차이로 4위에 올랐다. T맵 탑재가 판매량 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효과가 검증되자, 꿈쩍 않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폴스타코리아가 합류했고,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는 이미 2016년부터 T맵을 사용하고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의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이 직접 티맵모빌리티 이종호 대표를 만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고, BMW도 T맵을 달고 나왔다. 벤츠, BMW, 아우디 모두 T맵을 순정으로 장착하면서 수입차 네비게이션 불만은 사그라지는 듯했다.
"수입차 고질병을 고쳤다"는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잠시 빛났다.
전기차 시대: T맵이 다시 문제가 되다
그러다가 전기차가 쏟아져 나오면서 다시 T맵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폴스타의 경우를 보자. 폴스타는 볼보의 전기차 브랜드로, 인포테인먼트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 기반에 아예 구글 생태계 의존적으로 기획되어 있다. 글로벌 모델에서는 당연히 구글맵을 사용하고, 구글 어시스턴트로 음성 제어를 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받아 설치할 수 있다. 차 안에서 구글 캘린더를 확인하고, 구글 홈과 연동된 스마트 기기를 제어하고, 유튜브를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험이다.
그런데 한국에 수입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안드로이드 위에 티맵이 올라가고, 티맵스토어를 사용하게 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대신 티맵스토어. 구글 어시스턴트 대신 누구(NUGU). 구글맵 대신 T맵. 글로벌 생태계가 한국에 상륙하는 순간 SK 생태계로 교체되는 것이다.
사실 내연기관일 때는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주행 시간 정도였으니까 이 문제의 크기가 작았다. 시동 걸고, 목적지 찍고, 도착하면 내린다. 네비게이션만 제대로 작동하면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전기차는 미묘하게 그러면서도 강력하게 다르다. 충전 대기 시간이 있다. 급속 충전도 10%에서 80%까지 30분 이상 걸린다. 완속이면 몇 시간이다. OTA 업데이트 대기 시간도 있다. 무엇보다 차량 자체가 하나의 디지털 디바이스로 진화하면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더 이상 네비게이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음악, 영상, SNS, 일정 관리, 스마트홈 제어, 그리고 곧 AI 비서까지. 차량 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질적으로 달라졌다.
이 상황에서 폐쇄적인 티맵 생태계는 심각한 사용자 경험의 저하를 야기한다. 폴스타는 OTA를 통해 네이버 웨일, 멜론,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을 추가했다고 발표했지만, 이것은 티맵모빌리티가 허락한 앱만 설치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편해서 직접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차량에 설치하고 싶어도 폐쇄적인 티맵 생태계는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폴스타 사용자 모임에서는 지속적으로 T맵 대신 구글을 넣어달라고 원성이 높다. 클리앙 같은 커뮤니티에서도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인데 앱 설치나 카플레이가 안 된다면 장점이 아니라 치명적인 단점"이라는 평가가 올라온다.
특히 최근 폴스타가 2026년부터 구글 AI 제미나이를 차량에 탑재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그 원성은 더 커졌다. 폴스타의 UI/UX 책임자 시드 오데드라는 "구글과의 협업은 폴스타 차량의 디지털 경험을 계속 진화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 사용자들은 안다. 글로벌에서 제미나이가 올라가는 자리에, 한국에서는 티맵스토어의 비발디 웹 브라우저와 뉴스 앱이 올라갈 것이라는 걸. "헤이 구글, 일정 정리해줘"가 아니라 "아리아, FLO 재생해줘"가 될 것이라는 걸.
같은 차, 같은 가격, 다른 경험. 이것이 한국에서 전기차를 타는 것의 의미다.
생태계의 정의를 모르는 사람들
이 상황은 한국 기업의 특징을 정말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SK 티맵모빌리티는 T맵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었다. 볼보에 300억 원을 투자해 인포테인먼트를 만들었고, 벤츠와 BMW까지 끌어들였다. 티맵스토어라는 앱 마켓을 만들었고, FLO와 누구를 번들로 집어넣었다. A-SPICE 국제 표준 인증도 획득했다. 글로벌 사업 확장까지 목표로 한다.
그러나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에게 "생태계의 정의가 무엇입니까?" 또는 "생태계 구축의 필요조건을 이야기해보십시오"라고 물었다면, 그 사람은 절대 대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플랫폼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업계획서에 "생태계 구축"이라고 적으면서도 생태계가 어떤 조건에서 형성되는지 모르는 사람들. 한국 기업에서 수없이 보아온 패턴이다.
지금 이야기와 크게 관계는 없지만, 하나만 짚겠다. 폴스타 인포테인먼트에 표시되는 T맵 아이콘의 크기. 주변의 구글 서비스 아이콘들과 크기가 맞지 않는다. 300억 원을 투자하고, 글로벌 사업 확장을 이야기하면서, 아이콘 크기 하나를 맞추지 못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사소한 문제다. 내가 아이콘을 이야기하는 것은 강조를 위해서다.

진짜 문제는 이것이다. 생태계라고 부르면서 외부 개발자가 앱을 하나도 등록할 수 없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350만 개의 앱이 있다. 전 세계의 개발자가 자유롭게 앱을 만들어 올리고, 사용자가 자유롭게 골라 설치한다. 그것이 생태계다. 그런데 티맵스토어는? 외부 개발자가 앱을 만들어 올릴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없다. "생태계"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문이 잠겨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티맵모빌리티가 자체적으로 앱을 빠르게 출시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폴스타를 사고 6개월을 지켜봤다. 그 6개월 동안 신규 앱이 겨우 2개 나왔다. 6개월에 2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하루에도 수천 개의 앱이 등록되고 업데이트된다. 이것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회사의 속도다.
문은 닫혀 있고, 안에서 만드는 속도는 느리다. 욕심은 많아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고 남에게 나눠주는 것은 아까워 어떻게든 아주 작은 것까지도 내 이익으로 하고 싶어 한다.
나는 이것이 현재 한국의 전반적인 수준이라고 보는 쪽이다.
생태계 강의
티맵모빌리티에 계시는 분들을 위해 생태계의 정의와 필요조건에 대해 가르쳐 드리겠다. (사실 이거 전략기획, UX 디자이너, 기획자에게 물어보면 10명 중 9명은 모른다. 그래서 내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너희들은 회사 가서 제발 그렇게 하지 말라"고 이 내용을 너무 강조했었다.)
생태계는 인위적인 개입 없이도 균형을 이루는 시스템이다.
자연의 생태계를 떠올려 보라. 숲에서 나무가 자라고, 벌레가 먹고, 새가 벌레를 먹고, 새의 배설물이 나무의 양분이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 순환은 돌아간다. 하나가 사라지면 다른 것이 그 자리를 채운다. 외부의 개입 없이도 시스템은 균형을 유지한다.
그래서 모든 플랫폼 서비스는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앱스토어가 생태계인 이유는 애플이 매일 앱을 만들어 올리지 않아도, 전 세계의 개발자들이 알아서 앱을 만들고, 사용자들이 알아서 다운받고, 돈이 알아서 돌기 때문이다.
놀이터에 비유하면 이렇다. 생태계의 필요조건은 다음과 같다.
- 어린아이들(사용자)이 있어야 하고
- 놀이기구(제품/서비스)가 있어야 하고
- 놀이터(플랫폼)가 있어야 하고
- 놀이기구 공급자에게는 민주적인 금전 분배가 있어야 하고
- 어린아이들에게는 자유가 필요하다.
4번과 5번이 핵심이다. 애플 앱스토어는 30% 수수료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지만, 적어도 개발자 누구나 앱을 만들어 올릴 수 있고 사용자 누구나 원하는 앱을 설치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도 마찬가지다. 공급자에게 기회가 열려 있고, 사용자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다. 이 두 가지가 갖춰져야 생태계가 자생적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SK 티맵모빌리티는 어떠한가?
어린아이들(사용자)과 놀이기구(앱/서비스) 그리고 놀이터(티맵스토어)는 있다.
그러나 이 놀이터에 놀이기구 공급자는 사실상 1개다. SK와 그 계열사, 그리고 티맵모빌리티가 허락한 소수의 파트너. 놀이기구는 10개도 안 된다. FLO, 누구, 비발디, 웨이브, 멜론. 그것이 전부다. 외부 개발자가 앱을 만들어 올릴 수 있는가? 없다. 사용자가 원하는 앱을 직접 설치할 수 있는가? 없다.
놀이기구 공급자에 대한 금전 분배는 파시즘적이다. 티맵모빌리티가 선택한 파트너만이 이 놀이터에 입장할 수 있고, 티맵모빌리티가 정한 조건으로만 운영된다. 민주적 분배가 아니라 독점적 배분이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자유가 없다. 이 놀이터에서는 오직 SK가 가져다 놓은 놀이기구만 탈 수 있다. 다른 놀이기구를 타고 싶으면? 이미 거금의 자동차를 구매했기 때문에 차를 팔기 전에는 놀이터를 나갈 수조차 없다.
이것을 생태계라고 말할 수 없다. 이것은 그저 웅덩이에서 썩어가는 물이다.
썩은 웅덩이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지 않는다. 순환이 없다. 성장이 없다. 그곳에서 사용자들에게 어떤 충성심도 기대할 수 없다. 지도 빗장이 풀리는 순간, 사용자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더러운 웅덩이를 떠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사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지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경험했다.
뱅뱅, 조다쉬 청바지는 캘빈클라인을 거쳐 리바이스로 대체되었다. 한국의 부띠끄 의류들은 글로벌 명품 의류로 대체되었다. 돌핀, 로만손 시계는 카시오, 세이코를 거쳐 애플워치로 대체되었다. 난공불락이라던 자동차 시장도 수입차 점유율이 30%를 넘긴 지 오래다. 한국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같은 패턴이 반복되어 왔다. 로컬 브랜드가 독점하고, 글로벌 브랜드가 상륙하고, 동시에 몰살되는 상황이다.
이 패턴에서 살아남은 한국 브랜드는 글로벌 수준의 제품력을 갖춘 곳뿐이었다. 삼성과 LG가 가전에서 살아남은 것은 정부가 소니와 파나소닉을 막아줘서가 아니라, 제품이 좋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가 자동차 시장에서 여전히 70%를 지키고 있는 것은 그나마 품질과 가격의 균형을 어느 정도 맞췄기 때문이다.
T맵은 어느 쪽인가? 정부의 지도 반출 금지라는 보호막 뒤에서, 글로벌 수준의 제품력을 갖추었는가? 외부 개발자가 앱 하나 등록할 수 없고, 6개월에 신규 앱 2개를 출시하는 서비스가 보호막이 사라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
역사는 이미 답을 알려주고 있다.
역차별을 이야기하기 전에
국내 기업들은 자신들은 국내법에 따라 막대한 세금과 보안 규제를 적용받는 반면, 구글 등은 고정 사업장(서버) 미비 등을 이유로 조세 및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역차별 논란을 이야기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한다.
그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역차별을 이야기하기 전에, 진심으로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콘 크기 하나 못 맞추고, 앱 하나 등록할 수 없는 생태계를 만들어놓고, 그것이 국내법에 따라 막대한 세금과 보안 규제를 적용받아서 생긴 일은 아니다. 생태계가 뭔지도 모른 채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역차별 때문에 발생한 문제는 아니다. 6개월에 앱 2개 출시하는 속도가 구글의 조세 회피 때문에 일어난 일은 아니다.
기본이 안 되어 있는데 어떤 경쟁을 기대할 수 있는가?
구글은 전 세계 250개국에서 20억 명이 사용하는 지도를 운영한다. 제미나이는 월간 활성 이용자가 6억 5천만 명을 넘었다. 이들이 만든 것은 "제품"이 아니라 "생태계"다. 공급자가 자발적으로 들어오고,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머무는 시스템. 인위적 개입 없이도 돌아가는 시스템.
반면 T맵 생태계에서는 모든 것이 티맵모빌리티의 의지로 운영된다. 티맵모빌리티가 앱을 선별하고, 티맵모빌리티가 파트너를 선택하고, 티맵모빌리티가 사용자의 선택지를 결정한다. 이것은 생태계가 아니라 사유지다. 울타리 안에 놀이기구 몇 개를 갖다 놓은 작은 마당이다.
피그마만 그린다고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티맵은 좋은 네비게이션 소프트웨어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 지도보다 티맵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것은 다른 제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피그마만 그리고, GPS 주소 받아서 최단거리 계산하는 코드만 짤 줄 안다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콘 크기를 맞추는 것. 운전석 디자인을 고려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정의하고 준수하는 것. 사용자가 원하는 앱을 설치할 수 있게 하는 것. 외부 개발자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런 것들이 모여서 제품이 되고, 제품이 모여서 플랫폼이 되고, 플랫폼이 살아 움직이면 비로소 생태계가 된다. 그리고 이 관점에서 티맵은 제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다.
고백하자면 B2C 비전문가인 내가 B2C paper 서비스를 만들어 놓고 자주 뜯어고치는데도 구독자가 늘지 않는 것과 티맵과 똑같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자주 열심히 뜯어고치기라도 한다) 나는 아마추어가 만든 것들은 모두 어떤 티가 나기 마련이고, 이처럼 티가 나는 물건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는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paper의 트래픽이 60에서 10으로 떨어졌을 때, 나는 "검색 알고리즘이 불공정하다"고 하소연하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의 아마추어리즘을 인정하고 더 나은 방향을 생각한다.
그런데 티맵은 다른 것 같다. 휴전이라는 특수 상황으로 인해 지도 정보의 국외 반출이 불가한 것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애초에 "티맵 스토어"라는 키워드를 차량에서 들고 나올 수가 없다. 그게 아니라면 (일단 매도해서 미안하고...) 단지 1~2년 만에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계산을 하고 있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전략적 판단의 질이 떨어진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고등학생에게 물어봐도 차량용 안드로이드 OS에 올라 탈 때는 이런 일이 몇 년 내에 벌어질 것을 예상했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런 전략적 판단 능력 문제를 행여나 AI가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하지 마라. AI는 자동화는 대신해 줄 것이지만 애초에 생각할 줄 모르는 문제를 AI가 대신 해결 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AI는 그런 본질적인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있다.
그리고 더 두려운 것은 당신들의 경쟁자들이 그 AI를 만든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제미나이를 만든 구글과, 제미나이가 올라갈 자리에 비발디 웹 브라우저를 올려놓은 티맵모빌리티를 비교해보라.
이것을 과연 경쟁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운동화 끈부터 제대로 묶을 때이다.
